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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시설' 나오고 싶은 장애인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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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를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벌여왔던 장애인 단체들이 정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위원회 등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후 5년간의 농성을 끝냈다. 5일 서울 광화문 지하보도 농성장 앞에서 ‘농성장 흔적남기기’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정지윤기자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는 장애 아동 부모들이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는 뉴스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차별을 받으며 자라는 장애인들, 어른이 되어서도 그들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을 ‘수용 시설’에 집어넣는 것이 정부의 기본 정책이다시피 돼 있는 상황에서, 사회에 통합돼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너무도 당연한 바람은 언제나 이뤄질까요.
 

지난 5일 장애인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작은 축제를 벌였습니다. 2012년 8월21일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시작한 농성을 무려 1842일만에 마무리 짓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말에도, 명절에도 자리를 지켰던 장애인들은 이날 농성장을 정리하고 마침내 ‘지상’으로 나갔습니다.
 

광화문 지하도를 5년 넘게 지키며 이들이 내건 요구조건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였습니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이들의 농성장을 찾아 ‘장애등급 폐지 등을 논의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실 장애인들의 요구사항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와 함께 ‘3대 적폐’로 규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장애인 수용 시설’ 문제입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10여년전인 2005년부터 장애인단체들은 ‘탈시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을 ‘보호’란 명분으로 ‘격리’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바꾸라는 의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 수용시설 자체입니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최근까지도 학대, 착취 등의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백명이 사망한 ‘대구시립희망원’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검찰, ‘인권 유린’ 의혹 대구시립희망원 압수 수색
 

감금·비자금 조성…대구희망원 전 원장신부 징역 4년 구형
 

대구희망원 뿐일까요. ‘인강원’ ‘송전원’, ‘인천 해바라기’ ‘자림원’ ‘청구재활원’ ‘천혜요양원’ ‘마음건강 복지재단’ ‘남원평화의집’ 등등 문제가 된 장애인시설은 셀 수 없을만큼 많습니다. 이 정도면 장애인시설 자체에 ‘범죄를 부르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도가니’의 한장면

‘서울판 도가니’ 인강재단 시설서 또 거주자 인권침해
 

‘전북판 도가니’ 사건 자림원 운영자 2명 대법, 징역 13년 확정
 

정부의 철저한 관리·단속으로 장애인 시설의 범죄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습니다. 장애인들은 시설 안에서는 절대로 ‘자기 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이죠.
 

표면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가 아니더라도 시설이라는 공간 그 자체 안에서 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은 단체생활, 안전 등의 명목으로 제한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2년 조사를 보면 시설 장애인들의 57.5%가 퇴소를 희망하며, 82.8%가 비자발적으로 시설 입소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장애인은 격리돼 사는 게 당연한가… 58%는 퇴소를 원한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로버트 마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은 이런 말로 장애인 시설에서의 삶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마틴 위원은 유엔 최초의 ‘발달장애인 위원’이라고 합니다. “어딘가에 갇혀서 비틀즈도, 베트남 전쟁도, 케네디 암살 사건도,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거예요. 저도 시설에서 나오고 나서야 처음 음악을 접했어요”
 

유엔최초 발달장애인 위원 “시설 폐쇄” 일침
 

그렇지만 장애인거주시설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 ‘탈시설-자립생활, 진정한 의미와 방향은 무엇인가?’에서 문혁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수는 2006년 288개소에서 2015년 1484개소로 약 5.2배 증가했습니다.
 

이용자수 역시 2만598명에서 3만1222명으로 1.5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문혁 활동가는 “전체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의 76.6%가 발달장애인이고, 90%는 기초생활수급자”라며 “사회적 취약계층 중에서도 제일 약자이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장애인 거주시설로 입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은 경제적궁핍 등으로 인한 강제적 선택이라는 의미죠.
 

일각에서는 같은 논리로 ‘탈시설’ 요구를 반박하기도 합니다. 장애인 시설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장애인들을 보호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복지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캐나다는 2009년 장애인 거주시설을 모두 폐쇄했습니다. 1970년대 문제점이 발생하자 단계적으로 시설을 없애기 시작했고 마침내 2009년 계획이 마무리 된 것이죠. 장애인거주시설에 쓰던 예산은 지역사회 중심의 서비스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웨덴은 이보다 앞선 1999년에 모든 장애인 시설을 폐쇄했습니다. 이후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의 80%가 탈시설 이후 생활에 만족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도 과감하게 탈시설을 선택했고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는 장애인 부부가 있습니다. 얼마전 인터뷰를 했네요.
 

지난달 23일 서울혁신파크 다목적홀에서 열린 ‘나는 왜 시설 밖으로 나왔는가’ 발표회에서 유정우씨가 시설을 벗어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그들은 왜 장애인 시설 밖으로 나왔나…유정우·이상분 부부의 ‘탈시설’ 이야기
 

이 정도면 한국도 이제 ‘탈시설’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됐습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보다 국가인권위가 먼저 나섰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 실태조사’ 용역을 맡겼습니다. 보고서에는 탈시설 개념 정립, 시설 장애인·시설 종사자 인식조사, 탈시설 정책전환을 위한 법률 개정, 탈시설에 필요한 예산 추계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인권위는 또 중증장애인 수용시설에 대해 ‘인권조사’도 하기로 했습니다.
 

인권위, ‘탈시설 전환’ 팔 걷었다…중증장애인 시설에 이어 ‘탈시설’ 방안 연구
 

중증·정신 장애인 수용시설 첫 ‘인권’ 조사
 

인권위가 나섰지만 아직 갈길이 멉니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장애인거주지설예산 및 기능보강사업비는 총 4844억원이었습니다. 장애연금, 활동지원서비스와 함께 장애인 관련 사업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탈시설화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설 소규모화’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다행히 정부가 아무런 의지가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 인권 증진과 관련해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 항목을 포함시켰습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지난 5일 장애인들이 광화문 지하도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듯이, 시설에 갇힌 장애인들도 언젠가 ‘마을’ 모두 나올 수 있을까요.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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